‘고려는 가난했다’는 것과 ‘고려의 문화적 수준이 높았다’는 것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고려가 문화 강국인 중국의 여러 왕조와 적극적으로 교류했기 때문이다. 고려가 중국 왕조와의 외교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것은 원만한 문화 교류를 위한 것이었다. 고려는 중국의 분열을 이용하여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중외교를 했다. 고려가 몽골(원)과 명의 외교적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끝내 관계를 단절하지 않은 것도 문화 수용의 통로를 잃지 않고, 더 많은 것을 가져오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고려는 동아시아의 복잡다단한 정세 변화에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한편으로는 국가의 생존을 추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문화 수준을 높이기 위한 인적・물적 교류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고려 사람들에 대하여 후한 평가를 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