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한국학연구총서 162 |
이방인의 한국사 인식과 서술
J. Y. CHANG (장재용) 저
25,000원
25,000원
판매중
경인문화사
종이 표지
152*224mm(A5신)
350쪽
2019년 3월 22일
9788949947952
책 소개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식의 생산・수용・유통의 세계화가 선택이 아닌 필연적 추세가 되어 가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추세는 20세기 말, 특히 1990년대로 들어서면서 한러, 한중 수교를 기점으로 그동안 단절되었던 공산권과의 경계가 허물어진 이후 본격화 되었다. 또한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의 대중화로 인해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시대를 맞이하며 이는 더욱 가속되었다. 한국 및 한국사에 대한 인식(認識)과 기술(記述)도 이런 흐름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세계인이 국경을 넘어 빈번하게 왕래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무한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시대상은 한국사에 대한 관점과 연구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1세기의 세계화・정보화의 단계에 진입하기 이전의 한국사 연구를 되돌아보면, 한국사에 대한 지식을 민족과 국가 내부에서 생산하고 수용하는 국내적 순환이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박은식(朴殷植)과 신
채호(申采浩)에 의해 정립되고 정인보(鄭寅普), 안재홍(安在鴻), 문일평(文一平) 등에 의해 계승된 민족주의 사관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민족사관’은 일본과 중국 즉 ‘식민사관’과 ‘동북공정’을 극복하는 차원에서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민족사를 주체적으로 해석하며 민족구성원에게 자신의 역사를 이해시키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과제이겠으나, 한편으로는 외부와의 소통과 교섭을 위하여 그들이 인식하여 기술했던 한국사를 이해하는 일 또한 매우 의미 깊은 학문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한국 및 한국사에 대한 기술이 우리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수백 년 동안 축적되어 왔다는 사실에 특별히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바깥에서 축적되어 국제적 영향력을 보유하게 된 한
국 및 한국사에 대한 지식은, 그 내용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국 및 한국사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제3자라고 할 수 있는 서양인의 저술만이 항상 객관적이고 타당하다는 인식이 반드시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에 필자는 그들의 저술을 원용하고 참고하면서도 가능한 편견을 버리고 가치중립적인 시각을 지향하고자 하였다.
이 책에서는 1945년 해방 이전까지 한국의 바깥, 특히 서구에서 이루어진 한국사 관련 저술을 최대한 수집하여 한국사에 대한 서구의 저술과 인식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이는 1920년대의 국학(National Studies)에서 시작하여 1945년 이후 국사(國史)가 성립되는 내부의 맥락과는 별개로, 외부의 시각에서 기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석된 한국사를 범주화하여 집중적으로 고찰하겠다는 뜻이다. 내부의 시각에서 성립된 국학이 민족주의적 관점에 충실했던 반면, 서양인의 시각에서 파악된 한국사는 지역학(Area Studies)의 한 지류로서 한국학(Korean Studies)을 중심에 두고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사라는 동일한 대상이라 하더라도 어떤 동기에서 어떤 각도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매우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945년 해방 이전까지 서양인에 의해 저술된 한국사의 규모와 그것의 연구 가치는 얼마나 될까? 16세기 말부터 시작하여 1945년 이전까지 서양인들에 의해 단행본으로 출간된 ‘한국’ 관련 자료를 조사한 결과, 대략 400여 권의 저술이 존재함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중에서 ‘한국(통)사’를 따로 분류하여 기술한 저술은 약 10여 권으로서 비교적 희귀한 편이다. 그러나 동시기 국내에서 저술된 한국사, 예컨대 조선 전기의 《동국통감(東國通鑑)》, 《동국사략(東國史略)》,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조선 후기 안정복(安鼎福)의 《동사강목(東史綱目)》, 그리고 한치윤(韓致奫)의 《해동역사(海東繹史)》, 20세기 박은식의 《한국통사(韓國痛史)》와 신채호의 《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 등과 대비해 보더라도 서양인의 한국사 저술이 그저 미미한 비중에 그친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그 시대의 외부인들이 이만큼의 한국사 저술을 지속적으로 남겨 놓았다는 것 자체가 특이하고 의미심장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저술들이 16세기 ‘대항해 시대’ 이후 서양 주도의 서세동점(西勢東漸) 흐름에서 파생된 결과라 할지라도, 오랫동안 한국의 바깥에서 서구인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한편, 서양인의 한국사 저술이 대체로 ‘대항해 시대’의 식민지 개척과 기독교의 선교 활동, 그리고 그 뒤에 확산되는 제국주의의 흐름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은, 이들의 한국사 저술이 자료의 불충분함으로 인하
여 오해와 편견이라는 한계를 내포한 채 출발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한국사에 대한 충분한 학습과 연구를 반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인의 한국사 저술은 아래의 몇 가지 점에
서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첫째, 한국사 연구에 있어서 소위 ‘세계사적 보편성’과 ‘일국중심적 특수성’을 상호 고려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사관, 사료, 사건, 인물 등 역사 기술의 주요 요인은 역사를 기술하는 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서구의 시선에서 그려진 한국사와 한국인의 관점에서 기술된 한국사는 각각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구성된 것이다. 그러므로 한쪽은 서세동점의 세계사적 확산 과정에서 발생한 서구의 욕구를 대변하고, 다른 한쪽은
세계사의 경쟁 내에서 주체적으로 성립되어 온 연면한 역사를 강조한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시각 차이 때문에 기술된 내용도 서로 모순되고 충돌할 수 있다. 그러나 관점에 따른 해석의 차이야말로 역사를 입체적
으로 조망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이며, 아울러 오랫동안 서구인들이 한국사에 대해 지녀 왔던 지식과 인식을 검토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둘째, 특히 이 책이 주목하는 한국사 저술은 여타의 한국 관련 기술과 대비할 때 역사 기술의 측면에서 보다 특수한 가치를 지닌다. 해방 이전까지 400권이 넘는 서양인의 한국 관련 저술에는 한국의 지리, 인종, 기후, 특산물, 정치, 언어, 풍속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백과사전식으로 망라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비교적 후기에 해당하지만 이 중에는 종교, 언어, 문학, 서지 등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논저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저술들은 대체로 한국의 이모저모에 대한 단편적 지식을 종합한 지지(地誌)적, 박물(博物)적 성격이 짙다. 반면, 한국사를 통사적 차원에서 기술한 저술은 ‘일국의 역사’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정도가 깊다. 오해와 편견의 여부를 떠나, 한 나라의 통사(通史)를 저술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 다루는 한국통사류는 초기의 단계에서 후기로 갈수록 연구의 수준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리고 이들의 한국사 저술은 초기부터 후기까지 서구 사회에 한국의 역사를 전달하는 핵심적 매개로 작용하였다.
셋째, 서양인의 한국사 저술은 현재와 미래의 역사를 진단하는 중요한 참고자료로서 가치를 지닌다. 가령 현재의 시점에서 보더라도 한국, 중국, 일본 사이에는 여전히 역사 문제에 대한 갈등이 진행 중이다. 국
가간의 역사 분쟁은 국제정치학적 측면에서 세계의 이목을 끈다. 어떤 경우에는 특정한 국가가 기존에 형성되고 유포된 역사 지식에 근거하여 국제 사회에서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호소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때, 국제적 관계에 파장을 주었던 몇몇 사건에 대해 서양인의 한국사 저술이 한국인에 의한 한국사 저술보다 관심이 깊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서양인의 한국사 기술은 한국을 중국 및 일본과의 국제적 지정학 속에 위치시키고 이를 전제로 해당 사건에 주목하는 경향이 짙었다. 그러한 관점에서 서술한 한국사가 세계에 보급되어 지금까지 많은 부분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한국사에 대한 서구인들의 인식 추이를 살피다 보면 서양인의 한국사 저술을 고찰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역사를 완벽하게 객관적으로 기술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한국인이 한국사를 기술할 때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기에 서양인의 한국사 저술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한국사에 대한 비판적 자세와 냉정한 판단이
동시에 요구된다. 해방 이전에 발간된 서양인의 한국사 저술은 한국사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즉 바깥쪽과 안쪽의 시선을 견주어 보게 만든다. 그럼으로써 한국사 내부에서 간과하기 쉬웠던 시각과 해석을 새
롭게 참조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서양인의 한국사 관련 저술을 별도로 범주화하여 이를 체계적이며 충분하게 논의한 연구 성과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은 해방 이전 서양인의 한국사 저술들을 검토하여 이 저술들 속에 녹아있는 한국사 인식의 주요한 특징과 의의에 대한 탐구를 최종 목표로 삼고자 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사에 대한 다면적이고 비판적인
해석에 일조하고자 한다.
목차
머리말

PREFACE

제1장 서 언
제1절 연구 목적과 필요성
제2절 연구사 검토
제3절 본문의 구성과 연구 방법

제2장 한국 및 한국사 관련 서양어 고문헌의 현황과 등장 과정
제1절 한국 관련 서양어 고문헌의 현황
1) 시기별 자료 현황
2) 저자별 자료 현황
3) 언어 및 출판지별 자료 현황
제2절 한국사 관련 서양어 고문헌의 등장 과정
1) 동아시아의 역사에 대한 종합적 접근
2)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역사의 절목화
3) 한국사 이해의 심화와 통사적 저술의 출현

제3장 18세기 이전 : 한국사 서술의 출발과 인식의 형성
제1절 16~17세기 : 한국 관련 서술의 등장과 초기 인식
1) 시대적 배경
2) 주요 자료의 특징
3) 태동기 한국 관련 서술의 의의와 한계
제2절 18세기 : 한국사 서술의 출발과 인식의 형성 - 뒤 알드의 《중국사》(1735)
1) 서술의 동기와 배경
2) 서술의 구성과 핵심적 내용
3) 형성기 한국사 인식의 의의와 한계

제4장 19세기 : 한국 외부에서 서술된 한국통사
제1절 존 로스의 《한국사》(1879)
1) 로스의 생애와 《한국사》의 저술 배경
2) 저술의 구성과 핵심적 내용
3) 한국사 인식의 의의와 한계
제2절 윌리엄 엘리엇 그리피스의《한국, 은둔의 나라》(1882)
1) 그리피스의 생애와 《한국, 은둔의 나라》의 저술 배경
2) 저술의 구성과 핵심적 내용
3) 한국사 인식의 의의와 한계

제5장 20세기 : 한국 내부에서 서술된 한국통사
제1절 호머 베절릴 헐버트의 《한국사》(1905)
1) 헐버트의 생애와 《한국사》의 저술 배경
2) 저술의 구성과 핵심적 내용
3) 한국사 인식의 의의와 한계
제2절 제임스 스카스 게일의 《한국 민족사》(1927)
1) 게일의 생애와 《한국 민족사》의 저술 배경
2) 저술의 구성과 핵심적 내용
3) 한국사 인식의 의의와 한계

제6장 결 어


부 록
[1945년 이전까지 출간된 한국관련 서양문헌 목록]

참고문헌
저: J. Y. CHANG (장재용)
Born in Chŏnju, South Korea
Head of Korean Collection
C.V.Starr East Asian Library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