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학총서 -근대전환기의 국가와 민- 1 |
19세기 지방재정 운영
손병규 저
22,000원
22,000원
판매중
경인문화사
양장
152*224mm(A5신)
308쪽
2018년 4월 25일
9788949947402
책 소개
이 책은 ‘근대전환기의 국가와 민’을 공동 주제로 한 총서 집필의 일환으로 작성되었다. 이 총서의 몇몇 연구는 ‘대한제국’ 시기 이전의 19세기에 주목한다. 서구중심의 ‘근대주의’ 역사관에 의거한 ‘근대’ 시기설정에 여러 가지 다른 생각이 제시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한국사의 19세기는 이후 연속되는 식민지의 강렬한 경험만이 아니라 해방 후 현대사회에 이르는 한국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해 준다. 더구나 근현대 한국사회에서 ‘국가와 민’의 관계가 갖는 다양한 특성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적되어야 할 것 같다.

한국사 연구에서 19세기는 오래전부터 전통사회의 ‘해체’나 ‘붕괴’의 시기, 혹은 사회경제적 ‘위기’의 시기로 이해되어 왔으며, 아직도 그러한 인식들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자는 상품화폐경제의 발달이 봉건사회로부터 자본주의적 전환을 야기한다는 ‘세계사발전단계론’의 일반성에 근거한다. 후자는 식민지시대의 ‘근대화’로부터 상대화된 전근대 한국사회의 아시아적인 특성을 전제로 하는 관점이다. 양자의 관점 사이에는 근대화의 동인을 ‘한국사 내에 두는가’ 아니면 ‘일본이나 서양과 같은 바깥에서 찾는가’로 대립되는 듯한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이 논쟁은 사회주의 국가 붕괴 이후의 역사인식 변화와 연동하여 진척되지는 못했다.

19세기 한국사회에 대하여 서로 대립하는 듯이 보이는 이 두 가지의 역사인식은 사실, 서구적 근대를 지향하는 개발도상국의 ‘근대주의’ 인식을 공유했다. 이것은 근대국민국가의 건설을 지상과제로 하여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근대적 가치를 절대화한 것에 연유한다. 더구나 근대사회로의 전환을 한국 역사과정의 어쩔 수 없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를 재촉하기도 한다. 이는 서구 역사경험에 의거한 성과로서 근대사회의 선진성을 제창하는 세계사 인식이 비판받기 시작할 때까지 그러했다. 혹은 근대비판을 제창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세계사의 ‘대전환’이라는 블랙홀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논지까지도 전통적인 ‘근대주의’ 인식에서 벗어난 것인지 의심된다.

민주주의와 물질적 성장으로 대표되는 서구중심적 근대주의의 성과 그 반대쪽에,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 말살과 사회불평등 심화, 자연환경의 파괴와 같은 근대주의의 부작용이 거론된 지는 이미 오래다. 지역ㆍ민족마다 제각기 다른 역사과정에 의해 형성된 다양한 근대의 실상이 근대주의의 획일적 적용과 근대화의 일률적 추진으로 인해 말살ㆍ은폐되어 온 사실도 지적되었다. 근대적 성과가 아니라 근대적 폭력성에 의한 파괴가 특히 비서구 지역에서 자행되었음이 밝혀져 왔다.

근대비판은 서구사회 스스로의 위기감으로부터 시작하여 아시아 사회의 역사적 선진성에 대한 발견, 최근 중국의 경제적 부상에 자극되어 진행되어온 측면이 있다. 그 가운데 중국의 광범위한 지역에 대한 중앙집권적 통치체제의 빠른 생성—가령 귀족제를 부정한 관리 선발인 ‘과거제’와 지방정부로의 관리 파견인 ‘군현제’에 의거한 집권적 관료시스템—과 근대사회에 이르는 지속이 주목되었다. 서구사회에서 관료제를 동반한 국가단위의 집권적 통치체제는 원거리무역의 경쟁으로부터 촉발된 ‘부국강병’의 절대왕정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이러한 현상을 ‘근대적 선진성’으로 평가하고, 일찍부터 식민지-제국주의를 선점하기 위한 기반으로 국가 공권력을 강화하는 근대사회로의 ‘발전’ 가능성이 존재했음을 높이 사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언급했듯이 동아시아 사회에서 이러한 집권시스템을 ‘발견’했다는 것이 서구적 근대주의를 기준으로 하는 ‘선진성’이라면 바로 근대비판의 역사인식 전환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서구적 근대주의에 대한 비판은 서구도 상대화되는 세계 각지의 다양한 근대 현상을 각지의 다양한 역사과정으로부터 이해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동시에 ‘다양한 근대’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곧바로 전체로서의 어떠한 일반성이나 시기구분을 확정하기 어려움을 깨닫게 된다. 다양한 근대의 통일적 이해는 각지의 많은 탐구를 기다려야 한다.

본서의 주제인 ‘19세기 지방재정’은 이러한 ‘다양한 근대’의 실상을 조선왕조의 중앙집권적 통치체제의 전개과정으로부터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재정’이란 ‘정부의 경제활동’을 가리킨다. 집권적 통치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확보와 지출은 민의 경제생활에 근거하여 운영된다. 국가와 민 사이의 권력구도를 결정짓는 조선왕조적 재정의 운영원리가 19세기에 한국사회에 어떻게 관철되고 저지되는가? 그리하여 한국사의 근대를 어떻게 특징지울 수 있을까? 그것은 서구의 그것과 다름은 물론, 유사한 재정체계를 견지한 중국의 그것과도 또 다른 측면이 있다.

특히 조선왕조 19세기의 재정을 지방 차원에서 다루고자 하는 이유는 모든 재원이 왕권으로 수렴되어가는 중앙집권적 방향성만으로 조선왕조의 재정시스템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의 중앙집권적 재정시스템은 민의 자발적 조직화와 지방관청의 독자적 운영권이 보장됨으로써 가능했다. ‘군현제’라는 중앙집권적 지방행정체계는 지방관이 직접적인 왕권전달자로 존재하므로 중앙정부에 대한 분권적인 요소가 최대한 억제되는 제도다. 그러나 전근대 동아시아사회는 —지역에 따라 정도를 달리하지만— 여러 가지 조건과 이유로 자율성에 의지한 집권화의 방법이 채택되었다. 집권적인 지방행정체계하에서 각 지역이 횡적으로 동등한 지방통치 재정 운영이 확보되는 상황을 말한다. 근대사회의 일률적이고 일원적인 집권성과는 성격을 달리함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사에서 19세기는 오히려 재정 중앙집권화 정책의 지속적 강화에 대한 반동이 이원적 재정시스템의 균형을 되찾아가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19세기 재정의 특징에 대한 탐구는 한국사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근대의 한 요소가 될 것이다. 본문에서는 19세기 재정운영의 실상과 그 지향에 대한 이 책의 구성에 맞추어 일부 기존의 졸고로부터 그 골자를 재편집하면서 또한 새롭게 서술했다. 특히 각각의 조선왕조 재정시스템과 운영원리와 관련한 역사인식에 대해 ‘보론’으로 문제제기를 시도했다. 여기서는 조선왕조 재정시스템의 관철이라는 관점에서 기왕의 19세기 연구가 결론적으로 주장했던 전통사회의 ‘해체ㆍ붕괴’나 ‘위기’의 관점을 비판할 것이다.

‘붕괴’든 ‘위기’든 한국사의 19세기에 대한 기왕의 인식은 침울하기 짝이 없다. 현재까지도 일반화되어 있는 조선왕조, 특히 그 말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에는 이러한 역사인식이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침울하기로 치자면 국가의 주권을 상실하고 민의 주체성이 말살되는 식민지 경험에 견줄 수 있으랴? 이후로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사회불평등의 심화는 더욱 격심해졌다. 조선왕조 후기에 양반의 경제적 위상이 낮아지는 반면, 타 계층의 양반지향적 성향이 강해졌다. 그로 인해 경제적 위상과 사회적 위상에 괴리가 생기기도 하지만, 이 시기는 전반적으로 이후의 시기에 비해 사회불평등이 해소되는 방향성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한 사회현상은 통치 및 재정시스템의 중앙집권적 방향성과도 궤를 같이한다.

한국사에서 ‘다양한 근대’를 발견하는 것은 이후 현대에 이르는 한국사 인식의 변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것은 서구적 근대화를 지상 목표로 하는 일본의 식민지정책과 대립하는 것이면서, 그 시대를 견뎌내는 원동력으로 잠재해 있었다. 현재의 한국사회가 민주주의의 새로운 길을 세계에 제시하기에 이른 것은 20세기 후반의 민주화운동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조선왕조를 살아오고 식민지시대를 견뎌온 민중의 역사경험에 근거하여, 그것이 최근까지의 한국사회에 영향을 끼친 점들이 발굴될 때이다.
목차
책머리에

머리말


제1장 정규의 재원과 비정규의 재원; 조선왕조 재정시스템의 재구성
1. 지방재정에 대한 정약용(丁若鏞)의 지적
2. 상납 재원과 ‘본관봉용(本官奉用)’ 재원
3. 지방재정 운영상의 ‘공(公)’과 ‘사(私)’
[보론 1] ‘중간수탈론’ 재고

제2장 지방재정의 운영주체; 수령과 향리, 그리고 양반
1. ‘읍재정(邑財政)’의 운영; 재정과정의 관점
2. 지방군현의 재정업무와 범위
3. 재정운영을 둘러싼 타협과 갈등
[보론 2] ‘삼정문란론’ 재고

제3장 지방재정 운영시스템의 모델; 화성(華城)과 완영(完營)의 시도
1. 유수부재정의 구조; 수원유수부의 경우
2. 수원유수부와 전라감영의 재정운영; 서유구(徐有榘)의 공무로부터
3. 지방재정 운영시스템; 중앙과 지방의 관계로부터
[보론 3] 조선왕조의 군현제; 중앙집권과 지방자치의 관계

제4장 중앙재정의 경색화와 지방재정의 대응
1. 중앙재정과 ‘잡세(雜稅)’ 및 ‘잡비(雜費)’ 설정의 이유
2. 지방재정 운영시스템상의 ‘잡역(雜役)’
3. 지방재정 운영상의 대응; 납세조직의 활동 사례
[보론 4] 국가재분배체제상의 ‘시장’에 대하여

제5장 중앙집권적 재정시스템의 성패
1. 갑오개혁의 재정사적 의의
2. 대한제국기의 호구정책이 말하는 것
3. 대한제국기 재정개혁의 이념적 굴절
[보론 5] 재정시스템의 ‘전통과 근대’, 그 단절과 연속의 시각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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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손병규
성균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조선시대 재정사를 비롯한 사회경제사 연구와 호적 및 족보에 근거한 역사인구학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
호적, 1606~1923 호구기록으로 본 조선의 문화사, 휴머니스트, 2007 
조선왕조 재정시스템의 재발견, 역사비평사, 2008 
임술민란과 19세기 동아시아 민중운동(공저),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13 
통계로 보는 조선후기 국가경제(공저),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13 
한국역사인구학연구의 가능성(공저),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