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을 경북유림의 독립운동으로 했지만 실제는 안동문화권 유림이 펼친 독립운동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경북사람이 펼친 독립운동은 나름대로 독특한 성격을 보였다. 독립운동의 출발은 마땅히 지배계급의 몫이었고, 1894년부터 의병을 일으킨 유림이 앞서 나아갔다. 이들을 척사유림이라 일컫는다. 그런 다음 분위기를 혁명적으로 바꾸어 나간 혁신유림이 등장하여 계몽운동을 끌고 나갔으며, 3・1운동을 펼치면서 점차 사회주의까지 받아들여 민족문제를 해결하는 데 온힘을 쏟았다. 그 흐름의 중심축에 경북유림의 학맥과 인맥이 든든하게 자리를 잡고 제 구실을 다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시대적인 과제를 풀어나갈 의무를 선뜻 받아들여, 이를 피하거나 주저하지 않고 맞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경북사람들이 펼친 항일투쟁은 다른 지역에 견주어 탁월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경북은 독립운동의 발상지요, 독립유공자와 자정순국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이다(본문 5쪽과 9쪽 도표 참조). 더구나 세계 식민지 해방운동의 역사를 보면, 한국의 독립운동이 가지는 위상은 단연 두드러진다. 따라서 경북의 항일투쟁사는 세계사 차원에서 평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역사적 과제는 자주독립 국가를 되살려내는 것과 구체제를 벗어나 근대사회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경북사람, 특히 유림과 그 후예들은 이런 두 가지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나아갔다. 물론 이 목표가 경북사람만의 것은 아니다. 이는 한국인 모두의 목표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세계 모든 식민지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이 과제를 해결하는 주역은 곳에 따라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 차원에서 가까이 다가서보면, 경북에서는 퇴계학맥을 잇는 인물들이 그 중심에 섰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퇴계학맥의 정신적인 토양이 항일투쟁에 고스란히 작동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장면이다.
목차
■책을 펴내며
제1장 경북사람이 펼친 독립운동의 위상 제1절 경북사람이 펼친 독립운동의 세계사적 의미 제2절 퇴계학맥의 근대적 전환 제3절 한국독립운동과 경북 북부지역의 전통 명가 제4절 한국독립운동과 경북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