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행사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에 제정된 이후 현행 1987년 헌법에 이르기까지 아홉 차례의 개정을 거쳤습니다. 제헌헌법까지 합치면 1987년 헌법에 이르기까지 열 개의 헌법이 명멸해 갔습니다. 그 사이 10년을 지속한 헌법이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1987년 헌법은 이제 25년을 넘어서 사반세기의 안정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산업화 시대를 넘어서서 민주화 시대로 진입하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금랑 김철수 선생님께서는 1933년 일제 치하에서 태어나 1952년 민족상잔의 6·25 전란 중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입학한 이래 법학 특히 헌법학과 한 평생을 함께 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헌법학자이십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후 곧장 독일에 유학하시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간의 존엄과 자유와 권리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준 독일에서의 법학 특히 헌법학연구에 천착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단순히 규범으로서의 헌법학뿐 아니라 헌법의 이념적·사상적 뿌리를 찾아서 헌법철학적인 연구에 몰두하셨습니다.
1962년부터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 부임하신 이후 1998년 정년퇴임하실 때까지 오로지 후학지도와 학문연구에 몰두하셨습니다. 그 사이 학문적으로는 미국에서 하버드대학 로스쿨을 비롯한 대학에서의 법학연구를 통하여 미국 연방대법원의 기본권 사상을 국내에 소개함과 동시에 미국식 로스쿨 제도의 한국적 정립 가능성에 대해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서울대학교 부설 사법대학원에서 보직을 맡으시면서 더욱 열정을 쏟아 부었습니다.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임 중에는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소장, 한국공법학회 회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으로 학계 발전을 위해서 헌신하였습니다. 일찍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헌법학자로 자리매김한 선생님께서는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임 중에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으로 피선되셨습니다. 특히 한국법학 특히 헌법학의 세계화에 열정을 보이신 선생님께서는 세계헌법학회가 창립할 때부터 우리나라 대표로 참여하셨고 마침내 한국학자로서는 최초로 세계헌법학회 부회장으로 피선되셨습니다.
금랑 선생님께서 많은 사회활동을 하셨지만, 그 무엇보다도 학자로서의 선생님의 삶이 저희 제자·후학들에게 사표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굴곡의 헌정사적인 와중에 선생님께서는 현실참여의 유혹을 뿌리치시고 오로지 학문 연구에 전념하셨습니다. 그 사이 선생님께서는 개정판을 포함하면 백 권이 넘는 방대한 저서, 수 백 편에 이르는 주옥같은 학술논문을 발표하셨습니다. 학술 논문 이외에도 칼럼이나 시론을 통해서 한국적 입헌주의의 앞날을 밝히는 작업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신 여러 편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하신 이후 1972년에는 마침내 우리나라 헌법학계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헌법학 교과서인 『헌법학개론』을 출간하셨습니다. 하지만 『헌법학개론』의 초판은 유신의 질곡 속에서 압수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습니다. 학문적 탄압에도 불구하고 『헌법학개론』은 법학도의 필독서로 자리 매김 하였습니다. 그 사이 『헌법학개론』은 해마다 개정을 거듭하여 2009년에 제19판에 이르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금랑 선생의 학문적 결정체인 『헌법학개론』을 한 단계 승화시킨 『헌법학』(상)(하)를 출간하셨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의 과거, 현재, 미래를 밝히는 등불과 같은 김철수 헌법학의 학문적 완결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사이 제자들은 금랑 선생님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는 논문집을 여러 차례 간행된 바 있습니다. 1993년에는 금랑 선생님의 화갑을 기념해서 『현대 법학의 이론과 실제』, 『헌법재판의 이론과 실제』라는 제하에 두 권을 출간한 바 있습니다. 1998년에는 선생님의 정년을 맞이하여 『현대헌법학의 현황과 과제』를 출간하였습니다. 2002년에는 선생님의 고희를 맞이하여 선생님께서 직접 창도하신 세계헌법학회 한국학회에서 간행하는 세계헌법연구 특별호를 간행한 바 있습니다. 이제 선생님의 팔순을 맞이하여 헌법학 중에서 선생님께서 가장 학문적으로 심취하신 분야인 기본권 분야에서 선생님의 제자들이 뜻을 모아『헌법과 기본권의 현황과 과제』를 상재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논문집에는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학은을 입은 제자뿐 아니라 독일, 일본, 중국을 대표하는 해외 석학들의 소중한 논문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평소 한국헌법학의 세계화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신 선생님의 뜻이 투영된 결과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남다른 제자 사랑을 실천해 오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많은 법학도와 헌법학자를 배출하였습니다. 서울대 법대 대학원에서 선생님의 지도로 학위를 받은 제자가 법학박사학위 수여자는 22명, 법학석사학위 수여자는 67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은 이제 우리나라 법학계의 중심축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선생님께서 직접 지도하신 제자들 중에는 학계뿐 아니라 정계, 관계, 법조계, 재계에도 두로 포진하여 선생님께서 일깨워 주신 학문적 이념을 현실 세계에서 구현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온화한 미소로 제자들을 따뜻하게 안아주시는 선생님께서 더욱 건강하시고 선생님께서 베풀어주시는 한결같은 제자 사랑과 더불어 사모님과 자제분들과 함께 더욱 행복하시고 건강한 삶을 이어가시길 기원드립니다.

2012년 10월 12일
금랑 김철수교수 팔순기념논문집 간행위원회 위원 일동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