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학총서 -근대전환기의 국가와 민- 2 |
조선의 여성, 가계부를 쓰다 종부의 치산과 가계경영
김현숙 저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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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
경인문화사
양장
152*224mm(A5신)
286쪽
2018년 4월 25일
9788949947419
책 소개
19세기 후반, 조선은 전통의 기반 위에서 새로운 서구 문물을 이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이 때 서구 문물과 제도는 일방적 강제와 도입이 아닌 ‘모방과 반발’, ‘혼종과 변용’, 그리고 ‘전통과 근대’의 역동적인 길항관계 속에서 다양한 경로를 거치면서 수용되었다. 전통에서 근대로의 이행은 일제의 이른바 ‘문명화 기획’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된 것이 아니라 500년 간 지배를 지속가능하게 했던 조선 고유의 사회・경제적 토대와의 화학적 반응을 통해 한국적인 근대사회와 빛깔이 형성된 것이다.

한국역사학계의 19세기 연구는 대체로 조선이 내재적으로 달성한 17・18세기 문화의 중흥과 상품경제의 발달과는 달리 19세기 세도정권 하에서 벌열정치의 파행과 삼정의 문란으로 인해 발전의 동력을 잃고 외부의 도전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해체의 국면 혹은 19세기 말의 정치・경제적 위기가 도래했다는 논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중 일부 연구자들은 조선의 발전 동력은 이후 서구 및 일본 제국주의의 침탈로 인해 상실되었다는 외부 요인을 강조하기도 한다. 한편 경제사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일부 연구자들은 조선후기 사회를 국가가 주도하는 재분배체제로 보고 있으며, 18세기에 들어서면서 국가재정과 시장이 통합된 경제체제가 성립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을 국가적 물류가 중추를 이룬 국가적 재분배의 도덕 경제로 파악하고 19세기 후반에서야 서구의 충격으로 인하여 시장경제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19세기 연구는 ‘내재적 발전론’, ‘소농사회론’, ‘국가적 재분배체제’라는 관점을 가지고 재구성되었고, 19세기 사회・경제 해체기의 제 양상을 국가시스템의 이완과 해체, 수탈과 농민경제의 파탄, 신사조 등장과 민중봉기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 관점은 식민지기에 들어서면서 농민생활은 더욱 피폐해진다는 ‘수탈론’과 일제에 의해 근대 경제체제가 수립되면서 근대화되고 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분기되었다.

이렇듯 기존의 역사연구는 물질적 발전관과 진보관에 기반을 두고, 근대화와 근대 담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19세기 조선 고유의 내적 운영원리와 사회통합의 기제, 즉 한국사 속에 오롯이 담겨져 있는 인간과 환경, 그리고 인간과 인간 간의 조화, 균형, 공생, 순환, 상호부조적인 측면들을 간과하였다. 갈등과 경쟁, 투쟁을 역사발전과 진화의 기본 동력으로 전제하고 있는 이런 관점은 한국역사 연구에 주효했던 것은 틀림없다. 계급과 권력 수탈의 문제, 생산력 발전과 토지소유의 불균형 문제, 봉건제의 해체와 농민층의 성장 문제, 자본주의 맹아의 검출과 국가적 재분배체제, 식민지 근대성과 근대화, 민족과 독립운동 문제 등의 분야에 상당한 연구 성과와 역량을 축적하였고, 한국사의 다양한 제 측면들을 밝히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들은 다른 부작용을 낳기도 하였다. 자본주의의 양적 성장과 환경 파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성중심주의와 이원론적 사유 체계는 인간의 자연 지배와 성별간・지역간・민족간 지배와 타자화 경향을 묵인하였다. 또한 역사란 “끊임없이 움직이는 진보의 과정”이며, 역사의 시간은 “과거-현재-미래로 향하는 단선적 흐름”이라고 파악하는 기존의 근대적 진보관과 단선론적 역사관은 다양한 문화와 복수의 역사 발전 경로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이제 역사 연구는 그동안 간과했던 다른 측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조선시대 여성사 연구는 1990년대까지는 서구의 페미니즘 이론의 영향과 사료 부족 및 연구의 미 진척으로 인해 성리학적인 가치관과 부계가족 질서 속에서 소외당하고 종속된 타자로서 조선 여성을 이해했다. 이때 여성은 ‘남존여비’, ‘칠거지악’, ‘삼종지도’로 표현되는 피해자로서의 여성, 상속에서 배제되고 경제력이 없는 ‘불쌍한’ 여성으로 그려져 왔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젠더이론이 한국 여성사에 접목되면서 유교문화와 이념이 여성을 어떻게 구성하며 사회화시키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또한 여성은 피동적인 주체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유교적 가치와 규범을 내면화시키는 주체적 인격체로도 재조명되었다. 이에 조선 여성들은 적어도 조선 중기까지 당당한 재산 상속의 주체로서 사회・경제적 위상이 결코 낮지 않았음을 지적하는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렇지만 서구에서 도래한 페미니즘이나 젠더이론은 남성과 여성의 이항대립적 관계 설정을 그 이론적 기저에 깔고 있다. 이는 가정과 사회의 분리, 성별 노동 분업, 남녀 양육방식의 차이, 성에 대한 이데올로기의 차이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유교 문화권인 조선에서는 부계혈통적 친족제도의 복합적인 위계구조 속에서 여성을 보아야 한다. 즉 여성은 家를 중심으로 한 관계적 범주에 들어 있었고, 가정 내에서 상당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며, 조선의 신분제와 유교의 장유유서와 같은 연령 중심의 위계질서는 젠더질서를 완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남녀라는 이항대립적 구조로만 여성을 파악할 때는 실체를 호도할 수 있다.

아쉽게도 여성 연구는 여성이 아닌 남성 유학자들이 생산한 자료를 통해 대부분 재구성하기 때문에 엄밀한 사료 비판이 필요하다. 기존의 조선 여성상과 성에 대한 각종 규제나 친영제 등도 일정한 목적에 의해 성리학자들의 언설에서 강조된 것이지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연구를 보면, 다소 편차는 있었지만 조선 후기까지도 가부장적 규제에 대한 저항, 남귀여가제, 균분상속, 형망제급의 제사승계 전통 등은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고 한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다양한 영역에서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고 직업에 종사하던 여성의 실체가 조금이나마 밝혀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의 노동과 경제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가정경영과 양잠업, 그리고 노동과 경제활동 등을 통해 여성이 국가 및 가계 경제의 중추를 책임지고 있었다는 측면이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아울러 가정을 여성의 사적 공간인 동시 공적인 노동 공간으로서 의미를 부여함으로서 여성의 노동과 경제력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구하자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그러나 생산의 중추를 담당한다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18~19세기에 들어서면서 전체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의 문제, 조선후기 婢의 감소 추세와 지역에 등장한 여성 고공들의 문제, 여성 상품유통업자 및 수공업자들의 정확한 실체와 규모, 의복뿐 아니라 화폐와 조세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던 면포 생산을 담당했던 여성 노동과 임금 추이 등 여성 노동과 경제력에 관련된 주요 이슈들과 실상은 선험적으로만 논의될 뿐 사료의 미비와 연구 인력의 부족으로 실체를 확인하기 힘들다. 본 연구 역시 많은 한계를 갖고 있지만 학계에 하나의 사례를 소개한다는 입장에서 여성의 노동과 삶을 여성이 남긴 언문일기를 토대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 수한리의 사람들
제1장 19세기와 여성 읽기
1. 19세기와 지역, 그리고 여성
2. ‘다양하고’ ‘풍성하게’ 읽어 내기
3. 텍스트 소개하기
제2장 갈산에 둥지를 튼 안동김씨들
1. 홍성・갈산지역의 인문・지리적 배경
2. 유씨부인의 신분과 가족관계

제2부 가정의 실권자, 종부의 가계관리와 치산
제1장 경영의 대상과 수단, 19세기 노비와 예속민
1. 가계관리와 노비 경영
2. 수한리 노비의 일상과 업무
3. 변화하는 노비노동
제2장 드러나는 치산과 경제활동
1. 다양한 ‘女工’의 형태와 생산활동
2. 상품 판매와 수익, 그리고 중간책
3. 묵인된 여성의 대부활동과 신용공급
제3장 종가집의 소비와 지역 유통망
1. 상품 구매와 소비의 특징
2. 지역의 유통망과 다양한 구매 장소
3. 상품 구성비와 지불 방법

제3부 일상의 책무와 여성의‘사회’
제1장 공적 책무, ‘봉제사 접빈객’
1. 종부의 의무, ‘봉제사’
2. 친밀과 결속의 행위, 접빈객
제2장 여성의 ‘사회’와 네트워크
1. 양반여성의 지인과 방문객 규모
2. 관계망 구축의 수단과 방법들
3. 그룹별 사회적 관계의 양상과 특징
제3장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1. 질병의 일상화
2. 죽음과 민간신앙

에필로그 : 19세기 사족 여성과 지역 사회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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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김현숙
이화여자대학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공 분야는 한국 근대 대외관계 및 지역연구이다. 현재 건양대학교 기초교양교육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
「19・20세기 파평윤씨 문중의 농지소유와 농업경영」 한국사학보, 2008
「대한제국기 정동의 경관 변화와 영역 간의 경쟁」 향토서울, 2013
「대한제국의 벨기에 인식의 추이와 특징」 역사와 담론, 2016
「문명담론과 독립협회의 정치체제, 그리고 러젠드르의 전제론」 한국사학보, 2017
외 다수.

저서
『한국 근대 서양인 고문관들』, 한국연구원, 2008
『충남 지역 마을연구』, 민속원, 2011
『사진으로 보는 서울: 시민과 함께하는 서울』제7권, 서울시사편찬위원회, 2012
『여행의 발견, 타자의 표상』, 민속원, 2012
『사진으로 읽는 한국 근현대사』, 한국학중앙연구원, 2016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