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최고 신분층이었던 양반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양반에 대한 이해 없이는 조선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 그 어느 것도 바르게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조선시대에 관심을 가진 역사연구자라면 누구라도 양반에 대하여 주목하여 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반의 객관적 실체를 개념적으로 정확하게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양반이란 신분층이 법제적인 절차를 통해서 형성된 계층이 아니라 사회관습을 통하여 형성된 계층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반은 수도인 서울이나 그 주변에 대대로 거주하는 재경在京 양반과 지방에 거주하는 재지在地 양반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조선시대 지방 사회의 주도층이었던 양반兩班, 즉 재지사족在地士族 또는 재지양반在地兩班이라고도 일컬을 수 있는 지방양반地方兩班이다.
양반이란 용어는 문반文班과 무반武班을 합칭하는 관료라는 의미이다. 이에 비해 사족士族이란 말은 ‘사대부士大夫의 족속族屬리라는 의미이다. 그렇기에 양반이라는 말 보다는 사족이라는 말이 조선시대 지배신분층을 가리키는 정확한 용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관료층을 의미하는 양반이라는 말은 현직 관료뿐 아니라 예비 관료와 그 친족까지도 가리키는 용어로 그 의미가 확대되어 갔다. 그러므로 실제적으로 양반이라는 말과 사족이라는 말은 그 의미상 거의 같은 계층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명확히 구분하여 써야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일반인들은 사족이라는 말을 낯설어한다는 측면에서 이 책에서도 양반이라는 말을 주로 사용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재지在地라는 용어도 주로 지방地方이라는 말로 바꾸어 사용하였다. 그러나 문맥에 따라 양반兩班과 사족士族, 지방地方과 재지在地을 크게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였다.
이렇듯 이 책은 이들 조선시대 지방양반의 사회적 위상과 존재양상의 실체를 다양하고 구체적인 지역 사례 연구를 통해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조선시대 지방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방양반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 저술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조선시대 지방양반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모습을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제시하고자 하였다.
아울러 이 책은 필자가 이미 발표한 글들 가운데 조선시대 재지사족, 즉 지방양반과 관련된 글들을 골라 고쳐 쓰고 다듬은 것이다. 목차의 순서에 따라 아래에 관련된 이들 글의 목록을 제시하고, 이 책에 수록된 상황을 밝혀둔다.
제1부 제1장 : 「조선시대 과거 합격자를 통해 본 지방양반의 실태」 한국민족문화 제56집, 부산대학교한국민족문화연구소, 2015.08.31. 제2장 : 「조선시대 지방 거주 사족의 사회적 지위 유지 노력과 사마시」 이화사학연구 제41호, 이화사학연구소, 2010. 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