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고소설은 조선 후기에 이르러 도시의 발달과 함께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갖게 된 사람들의 요구에 의해 생겨났다. 그 중에서도 18세기 후반 정도에 창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현씨양웅쌍린기』는 214,000여자에 이르는 적지 않은 분량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이본이 존재한다. 또한 20세기에 들어와 활판으로 출판되기도 한 것을 볼 때 조선 후기 소설 독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향유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현씨양웅쌍린기』는 현경문과 주소저, 현수문과 윤소저의 부부갈등을 근간으로 서로 다른 성격의 부부갈등을 통해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경험하게 되는 고통을 잘 보여준다. 특히 갈등의 여러 국면에서, 남녀주인공의 심리의 변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하여, 작품 속 인물들에 대한 독자들의 정서적 동화를 유도해내고 있다. 또한 팽팽이 전개되는 갈등 속에서 한순간 긴장을 이완시켜주는 주변 인물들의 해학적 행위나 발화 등이 작품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